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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삶, 구도자의 길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Andrei Tarkovsky)는 옛 소련의 영화감독으로 역사상 최고의 감독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1932년 볼가강변 자브라이예에서 태어나 자브라이예와 유리에프의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시인이며 번역가였던 아버지 아르세니 타르코프스키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36년 그의 부모는 별거에 들어갔고, 그는 여동생 마리아와 함께 유년기를 보냈다. 이 시절, 그의 어머니는 톨스토이의 책을 자주 읽어주었다고 한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거친 타르코프스키는 소련 정부의 지속적인 탄압을 견디어 내며 51세로 요절할 때까지의 짧은 삶 속에서 주로 기독교적 주제 의식을 다양한 시선으로 드러내는, 영화사적으로 중요한 여러 편의 영화를 남겼다. 특히 롱테이크로 촬영 기법을 사용하여 시간을 극복해 내며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문제를 일관적으로 다루었다. 

7년간 음악학교에서 러시아의 전통음악에 대한 교육을 받은 것은 그의 영화 속에서 느리면서 장중한 영상미로 나타난다. 타르코프스키는 부모의 영향으로 유럽 작가들의 문학작품을 탐독하면서 영화적 상상력을 키워왔다. 1983년 [노스탤지어( Nostalghia)]를 이탈리아에서 촬영한 후 그는 망명을 결심하게 되는데, 소련의 영화 제작 환경에 대한 절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는 생애 말년을 서유럽 전역으로 망명하여 정서적으로, 경제적으로 힘들게 보냈다. 다큐멘터리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망명과 죽음 (https://cinephiliabeyond.org/the-exile-and-death-of-andrei-tarkovsky/)은 이 시기를 탐구하며 1986년 치명적인 암으로 사망할 때까지 이탈리아, 스웨덴, 독일, 프랑스에서 살았던 그의 삶을 묘사한다. 스스로를 민족 시인으로 칭했던 타르코프스키는 망명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생각했다.

 

그의 망명 시절의 생활은 병과 고향에 대한 향수로 힘들게 보냈으며 더 이상 영화를 만들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만다. 마지막 영화 희생(The Sacrifice)은 세상에 대한 그의 고별사인 셈이다. 마른 나뭇가지에도 매일 물을 주면 언젠가 꽃을 피울 수 있다는 신념은 최고의 영화감독이 남긴 인간 구원의 메시지인 셈이다. 그의 영화 역시 인간의 영혼에 물을 주는 물주전자와 같다. 사후 그는 1900년에 소련으로부터 영화에 대한 공헌을 인정받아 국가 최고 영예 중 하나인 레닌상을 수상했다.

 

   희생》, 영화 줄거리

타르코프스키의 마지막 작품인 희생(The Sacrifice)의 첫 장면은 죽은 나무에서 시작된다. 전직 대학교수이며 저널리스트인 알렉산더는 작가로 명성을 얻은 후, 시골 마을에 정착해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는 실어증에 걸린 막내아들 고센을 데리고 산책을 나가 바닷가에 죽은 나무를 심고 정성스럽게 물을 주면 꽃을 피울 수 있다는 전설을 들려준다. 그리고 말을 못 하는 아들에게 말한다.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 그러나 너는 침묵하는구나, 마치 말 없는 작은 물고기와 같이...”

 

 

알렉산더의 가족들이 그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그의 집으로 왔는데, 그때 제3차 세계 대전이 발발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두려움과 어찌할 바를 모르는 절망감이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을 짓누른다. 무신론자인 알렉산더는 처음으로 하나님에게 기도를 한다. 지나간 아침의 평화를 되돌려준다면 자신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가족과 집, 사랑하는 아들도 포기하겠다고 신에게 맹세한다. 

그 간절한 기도에 응답이라도 오듯 우체부 오토가 그를 찾아와서 느닷없이 가정부 마리아와 동침하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알렉산더는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고 했지만, 세상을 구원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그를 사로잡는다. 그는 새벽녘에 자전거를 타고 바닷가 농장에 거쳐하는 마리아를 찾아가서 동침하자고 말한다. 마리아는 황당해하며 그 청을 거절했다. 거절받은 알렉산더가 자신의 머리에 총을 갖다 대자 그것을 보고 마리아는 놀라서 알렉산더의 청을 들어준다. 

 

알렉산더는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 마리아와 동침했고, 마리아는 알렉산더를 구하기 위해서 그와 동침했다. 구원을 위한 동침은 신성한 것이었다. 그래서 두 사람의 동침 장면은 승천하는 자세로 공중에 신비롭게 떠 있다. 

마리아와의 동침이 효과가 있었는지, 기적이 일어난 듯 다음 날 아침 모든 것이 평화로워진다. 지난밤에 있었던 일이 꿈이었는지 현실이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암튼 세상은 구원받은 듯했다. 알렉산더는 하나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가족들ㅇ니 나간 틈을 이용해 집에 불을 지른다. 집이 불타고 있는 동안 가족들은 놀라서 달려왔고, 알렉산더는 병원 앰뷸런스에 실려갔다. 가족들은 그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마지막 장면은 아들 고센이 바닷 가의 죽은 나무에 혼자 물을 주고 있다. 첫 장면에서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아빠에게 묻지 못했던 고센이 혼자 중얼거린다.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는데 그게 무슨 뜻이야? 아빠?”라며. 알렉산더의 지극한 희생은 인류를 구했고, 결국 그의 아들도 구했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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