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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발레리나와 광대의 이야기

라임라이트는 찰리 채플린의 자전적 영화다. 라임라이트라는 제목은 19세기 초중반 영국 뮤직홀이나 극장에서 쓰였던 석회를 원료로 하는 무대 조명을 일컫는다. 영화 제작 연도는 채플린이 미국에서 활동할 시기인 1952년이지만, 정작 미국에서는 1972년이 돼서야 개봉되었다. 찰리 채플린은 이 영화에서 1인 8역까지 하고 라임라이트의 음악도 직접 작곡했다. 미국에서의 개봉 이듬해인 1973년에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카데미음악상과 공로상을 수상했다. 

미국에서의 개봉이 늦어진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채플린은 라임라이트에 자신의 가족들을 대거 출연시켰다. 아내 우나 채플린이 여주인공 클레어 블룸의 대역으로 출연했고, 그 외에도 우나와의 사이에서 낳은 세 아이 제럴딘, 조제핀, 마이클이 거리의 구경꾼으로, 전처 리타 그레이 사이에서 낳은 아이들도 출연했다. 그런 이유로 채플린은 이 영화를 찍은 후 우나와 아이들에게 자신의 고국을 보여주고 싶어서 런던에서 세계 최초로 라임라이트를 개봉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1952년 9월 17일 퀸 엘리자베스 호에 채플린 일가가 타고 출항 2일 후 그들은 라디오 방송으로 법무장관이 채플린의 미국 비자를 말소시켰다는 보도를 듣게 된다. 혐의는 도덕성, 공중위생, 정신착란, 공산주의 찬동, 공산주의 단체 참여를 이유로 입국을 금지시킬 수 있다는 이민법 조항에 따른 것이었다. 결국 이 일로 라임라이트는 유나이티드 아티스트 시절을 마감하는 영화가 되고 말았다.

 

20년 동안 라임라이트는 미국에서 개봉되지 않았지만 유렵에서는 인기가 대단했다. 제작비가 90만 달러였는데 유렵에서 총수입은 800만 달러에 달했다. 

찰리 채플린의 라임라이트는 채플린의 영화 중에는 멜로 영화에 속한다. 이 작품은 채플린이 런던에서 연극배우를 할 때의 향수와 추억이 담긴 영화로 배경은 1914년이다. 이 영화는 실질적인 채플린의 유작으로 평가된다. 이후 만든 두 편의 영화에는 채플린의 비중이 확연히 줄어들었고, 그다지 좋은 평을 받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영화 평론가 정성일은 '노쇠한 채플린의 작별 인사이자, 보면 볼수록 쓸쓸해지는 영화'라는 평을 남기기도 했고, 또 다른 영화 평론가는 라임라이트는 1950년대에 만들어진 흑백영화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석 중 하나라고 말했다.

 

 

 

 

  칼베로와 테리

과거에 코미디언으로 이름을 날렸던 희극 배우 칼베로는 알코올 중독에 삐져 산다. 어느 날 비틀거리며 집으로 들어오다가 같은 건물 아래층에 사는 젊은 여인 테리를 구하게 된다. 테리는 발레리나였는데 삶을 포기하고 자살하려고 약을 먹고 가스를 틀어놓았던 것이었다. 칼베로는 의사를 불러 그녀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서 치료를 한다. 그녀는 류머티즘열 때문에 오래 병원 생활을 했고 무릎이 아파 제대로 걷기조차 힘든 상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다리가 마비되기도 했다. 칼베로는 그녀에게 삶과 맞서라고 한다. 

칼베로는 자신의 마지막 재산인 바이올린을 팔아 테리를 간호하는데 쓴다. 의사는 그녀의 마비증이 류머티즘열 때문이 아니고 정신적인 문제라는 걸 알려준다. 칼베로는 그녀가 삶에 대한 두려움을 버릴 수 있도록 격려해 주고 도와준다.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인생은 멋질 수 있다고 말해준다. 필요한 건 용기와 상상력과 약간의 돈이라고.  

"우주의 힘, 지구를 움직이는 그 힘을 생각해 봐요. 나무를 자라게 하는. 당신 안에 있는 그 힘과 같은 거야. 그 힘을 쓰려는 용기와 의지만 있다면!"

 

 

그날 이후로 테리는 건강을 회복하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결국 침대를 털고 일어난다. 테리에게 삶의 용기를 준 건 칼베로 자신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테리를 만난 이후로 칼베로는 술을 마시지 않게 되었고 그 자신도 자신이 테리에게 해 준 말을 믿게 되었던 것이다. 칼베로는 모처럼 기회로 온 미들섹스 극단의 공연이 실패로 돌아가자 상심한다. 무명 시절 이후로 처음으로 관객들이 그를 무시했다고... 이제 내 시대는 끝이군...

 

  내가 걷고 있다고요

상심해 있는 칼베로에게, 우주의 힘, 지구를 움직이는 그 힘을 생각해 봐요. 당신이 말했잖아요, 나무를 자라게 하는 그 힘... 당신 안에 있는 그 힘과 같은 거라고 했잖아요? 이렇게 말하는 테리는 어느새 일어나 걷고 있었다. 6개월 후 테리는 드디어 재기한다. 

마침내 그녀는 극장의 스타가 되지만 무대에 서려는 칼베로의 시도는 실패한다. 테리는 무대 뒤편에서 기다리고 있던 칼베로에게 다가 가 사랑한다고, 오랫동안 이 말을 하고 싶었다고 고백을 한다. 자신을 거리의 여자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거두어 치료해 줬고 재기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었고, 하지만 그런 걸 다 떠나서 사랑한다고, 당신과 결혼하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칼베로는 편지를 남기고 자취를 감추고 만다. 그는 테리가 뛰어난 재능을 가진 발레 음악 작곡가 네빌을 사랑한다고 믿은 것이다.

 

몇 년 후 칼베로를 만난 테리는 그를 위한 특별 공연을 준비하고 그 공연은 성공적으로 막을 내린다. 칼베로는 수많은 박수와 함께 무대 뒤에서 숨을 거둔다. 여인은 칼베로가 죽은 줄도 모르고 관객들 앞에서 발레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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