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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수아 트뤼포

1932년에 파리에서 태어난 트뤼포는 일설에는 그가 사생아였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불행한 가정에서 자랐다.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받은 심리적 상처는 나중에 그의 작품에 나타나는 신비스럽거나 공포스러운 존재로서의 독특한 여성관에 영향을 끼쳤다. 학교와 가정에서 소외당한 트뤼포에게 극장은 현실로부터의 탈출구인 동시에 새로운 희망을 제시해 주는 천국과도 같았다. 

 

영화 속에서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 트뤼포는 광적으로 영화에 몰입했다. 그야말로 영화광이었던 그는 15세 때 영화 모임을 결성하고 이 모임 이름을 '영화 중독 집회'라고 이름 지었다. 그 후 소년원(감화원)에 수감되는데 거기서 나올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이 당시 ‘카티에 라탱 시네클럽’을 운영하던 앙드레 바쟁(Andre Bazin)이었다. 앙드레 바쟁은 그 후 일생 동안 트뤼포의 정신적 아버지가 되어 그를 이끌어 주었다. 

 

트뤼포의 영화를 볼 때, 그 영화 속에  영화를 만드는 즐거움〉이나 아니면 영화를 만드는 고통이 보이는가를 찾는다고 했다. 그 어느 쪽도 아니면 그런 영화에는 전혀 흥미가 없다고 했다.

 

 

 

  《피아니스트를 쏴라》

트뤼포를 영화감독으로 성공적으로 데뷔하게 만든 《400번의 구타》가 1959년에 나왔고 그 이듬해에 만든 영화가 《피아니스트를 쏴라》(Tirez sur le Pianiste)다. 미국의 범죄 소설가 데이비스 구디스의 《다운 데어》(Down There)를 기본 줄거리로 삼아 누아르 영화에 대한 재기 넘치는 해석이 가미된 영화다. 갱스터, 멜로드라마, 코미디 등이 절묘하게 짜깁기되어 있다.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행병처럼 번졌던 필름 누아르적인 요소가 강하다. 파리의 음산한 밤거리, 늘 우수에 젖은 샤를리에의 표정과 삶의 뒷골목에서 헤매는 등장인물들이 풍기는 건 어두움과 우울함이다.

 

트뤼포는 기존의 할리우드식 필름 누아르적 형식들을 편집하며, 트뤼포 식의 자유로운 카메라 워크와 발랄한 음악, 그리고 귀여운 갱의 성격 설정과 같은 요소를 가미하여 색다른 맛을 만들어 낸다. 영화에는 갱스터 영화다운 특징에 멜로드라마와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영화의 요소들이 혼재되어 있다.

 

 

 

갱스터 같은 분위기는 넘치지만, 코믹한 대사들은 그런 리듬을 의도적으로 깨버린다. 거기에 사랑 이야기가 겹친다. 점프 컷은 드라마를 지나치게 비약시키기도 한다. 결과적으로는 혼란스러운 부분이 많고 영화 전체가 때로는 방향을 잃고 오락가락한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누아르이긴 하지만 코미디인지 판타지인지, 비극인지 희극인지 한 마디로 표현할 수가 없는 영화다.

 

  《피아니스트를 쏴라》의 줄거리

영화의 첫 장면은 한 남자가 파리의 어두운 밤거리 속에서 자신을 뒤쫓는 차를 피해 정신없이 달려가는데 이 영화의 주인공 샤를리에의 친형 쉬끄다. 화면배경은 칠흑같이 어둡고 카메라의 움직임도 빠르다. 그러다 쉬끄는 미끄러져 전봇대에 얼굴을 부딪히고는 그 자리에서 쓰러진다. 그때 길을 가던 한 남자가 쓰러진 쉬끄를 부축해 일으키고 함께 거리를 걷는데... 좀 전까지의 급박하고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는 어느새 사리지고 사랑과 결혼해 대한 주제로 넘어가 버린다. 

 

일으켜 세워준 남자가 아내가 안 자고 기다린다고 말하며 가려하자 쉬끄는 결혼한 지 얼마나 됐느냐고 묻는다. 11년 됐다고 말하는 쉬끄는 자기도 결혼하려 했지만 못했다고 하자 '그럴 맘이 없었나 보죠'... 이런 식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행인과 헤이진 쉬끄는 언제 그랬냐는 듯 또다시 누군가를 피해 정신없이 도망치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쉬끄는 댄스홀에 들어가게 되는데 바깥에 피아니스트인 샤를리에 콜레르의 포스터가 붙어 있다. 옷을 갈아입던 샤를리에는 형을 발견하고 자기를 끌어들일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말라고 한다. 친형인 쉬끄는 동생 리샤르와 함께 현금을 강탈한 후 공범자들한테서 돈을 가로챘다가 쫓기는 중이었다. 

 

허름한 댄스홀에서 피아니스트로 일하는 샤를리에. 그의 본명은 에두아르드 사로얀이다. 그는  갱스터 가족으로 태어나 자랐지만 형제들과는 달리 피이니스트의 길을 걷게 되었는데 카페 종업원을 만나 결혼하게 된다. 그리고 아내의 헌신으로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된다.

 

하지만 자신의 성공을 위해 헌신했던 아내가 그를 뒷받침하기 위해 매니저의 정부 노릇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그로 인해 아내가 자살한 후 에두아르드는 이름을 바꾸고 스스로 무명 피아니스트가 되어 그 댄스홀에 오게 된 것이었다.  

 

샤를리에는 이런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있는 댄스홀 종업원 레나와 사랑에 빠진다. 그녀는 샤를리에의 예전 영광을 돌려주고 싶어 한다. 샤를리에는 레나와의 사랑에 잠시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연적인 카페주인을 의도치 않게 칼로 찌르게 되고 갱인 형제들이 피신해 있는 시골의 산장으로 도망간다.

 

후에 레나는 그 사건이 이웃들의 증언으로 정당방위로 무죄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샤를리에를 찾아가고, 그녀는 때마침 샤를리에 형제들을 추적해 온 갱들의 총에 맞는다.

 

 

총을 맞은 레나의 몸이 눈 덮인 언덕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간다. 온 천지가 하얗게 눈으로 덮인 벌판. 샤를리에는 레나를 향해 달려간다. 그는 눈으로 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을 닦아준다.

 

다시 댄스홀로 돌아온 샤를리에. 사장 부인은 샤를리에에게 새로 온 웨이트리스를 소개한다. 그녀와 악수한 샤를리에는 피아노를 향해 간다. 하얀 건반을 두드리는 손. 카메라는 연주하고 있는 샤를리에의 얼굴을 비춘다. 허공에는 피아노 소리만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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