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누벨바그(La Nouvelle Vague)
누벨바그(La Nouvelle Vague)는 1950대 프랑스에서 시작된 영화적 경향으로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운동 중 하나로 간주된다. 1954년 프랑수와 트뤼포가 주축이 된 일종의 선언문 같은 에세이 "프랑스 영화의 확실한 경향 (Une certaine tendance du cinéma français)"에서 비롯되었다.
이 선언문은 그 당시 프랑스 영화계에 만연된 ' 안전한 문학 작품을 상상력이 없는 영화로 개작하는 것'을 비난했다. 누벨바그 운동은 프랑수아 트뤼포를 비롯한 젊은 영화인들이 주축이 되었고 고전적인 영화와 현대적인 영화를 가르는 분기점이 되었다. 장 뤽 고다르, 클로드 샤브롤, 자크 리베트, 에릭 로메르 등이 참여했다. 1960년 이후로 프랑스 영화의 주류가 되었고 세계 영화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프랑수와 트뤼포의 《400번의 구타》와 장 뤽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 그리고 루이 말의 《사형대의 엘리베이터》 등이 주요 작품이다.
누벨바그 영화는 그 제작 방식으로 인해 미학적으로 급진적인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 그 결과 종종 다큐멘터리 스타일처럼 보이기도 했다. 주로 휴대용 장비를 사용했고 촬영 기술에는 단편화, 불연속 편집, 롱테이크가 자주 쓰였다. 관습을 거부하고 실험을 선호하다 보니 스토리가 매끄럽지 않았고 불연속 편집은 종종 점프컷으로 나타나곤 했다.
기성세대가 만든 세계에 대한 저항 의지를 담아냈고, 인과 관계를 무시한 서사, 점프컷의 의도적인 활용, 카메라를 응시하는 인물, 이미지와 사운드의 불일치 등 파격적인 미학을 선보였다. 이런 방식은 관객의 몰입을 의도적으로 방해하여 낯선 느낌을 주고 이로 인하여 관객으로 하여금 작품의 의미를 스스로 발견하도록 만드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영화에서 제기되는 질문에 결국에는 답이 제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내러티브의 모호성을 만들어냈다.
누벨바그 영화의 특징
프랑스 누벨바그 운동은 작가주의 영화라는 개념을 등장시켰다. 작가주의는 누벨바그 감독들이 영화를 만드는 이론적 근거였고 기성세대를 비판하는 도구였다. 작가주의란 영화는 창작자의 개성이 반영된 한 편의 예술작품이며, 영화의 예술적 가치를 책임지는 존재는 바로 감독이라는 것이었다.
1954년 프랑수아 트뤼포가 「카예 뒤 시네마」에서 예술적 개성을 갖춘 몇몇 감독을 작가로 분류하고 그들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며 최초로 사용되었다. 이후 1960년대 미국 영화평론가인 앤드류 사리스가 이를 작가론으로 번역하며 미국을 통해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게 되었다.
1948년 프랑스 영화평론가 알렉상드르 아스트뤽이 카메라 만년필설을 주장한 것이 배경이 되었다. 영화의 카메라는 작가의 만년필 같은 예술 창작의 도구라는 의미를 가진 이론이었다. 그러나 영화는 감독 이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공동 작업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영화를 감독 한 사람의 작품으로 취급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작가주의 논쟁을 촉발시키기도 했다.
프랑수와 트뤼포, 장 뤽 고다르 이후 새로운 유럽 감독들이 등장했고 (로베르 브레송, 잉그마르 베르히만, 루이스 부뉘엘 등) 특이한 예술적 상상력과 다양한 형식을 통해서 감독 중심의 영화가 발전하게 되었다.
누벨바그 영화들은 기존의 영화 제작 과정에서 '사전에 미리 해놓는 준비'라는 과정을 최소화하고 촬영 현장에서 즉각 생성되는 이미지들에 초점을 두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심적으로 논의된 것이 영화의 이미지 연결을 미리 구성하고 촬영 시에 확인하기 위해 만들어 놓는 스토리보드의 존재 여부이다.
현장에서의 영감을 중요시한 누벨바그 작가들은 스토리보드를 적게 사용할 것을 주장하였다. 누벨바그 작가들은 현장에서 만들어진 이미지들을 나중에 편집하는 방법을 선호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다음과 같은 특징들이 나타난다.
- 삼각대를 쓰지 않고, 핸드헬드로 촬영하기에 카메라의 초점이 흔들린다.
- 연기자가 카메라 앵글을 보면서 말한다. (영상 속 인물이 카메라를 보고 말하는 것은 뉴스나 자료영상 외에는 없었다.) 영화 속 주인공이 관객에게 말을 거는 것이다. 그 외에도 야외 장면에는 지나가던 사람들이 카메라를 의식하거나 쳐다보는 장면도 있다.
- 감독들은 배우들에게 시나리오에 없는 즉흥연기를 시키거나, 자신이 좋게 봤던 영화를 패러디하기도 했다.
점프 컷은 영상이 그대로 진행되다가, 갑자기 등장인물의 위치나 행동이 한 샷에서 바뀌는 걸 의미한다. 원래는 그 사이에 뭔가를 삽입해야 하지만 이를 무시했다. - 일관된 내용이 없다. 각본이 없어서 내용에 대해서 여러 말들이 있을 수 있다.
누벨바그 작가들의 특징은 본질적으로 기존 영화의 제작 방식에 대한 저항이기 때문에, 실제로 각 작가(감독)들마다 특징들이 많이 차이가 난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