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970~1980년 무렵에 서울 삼청동 프랑스문화원 지하 소극장을 자주 드나들던 사람 중에 하나였다. 지금은 어제 본 영화의 줄거리가 다른 영화의 줄거리와 뒤죽박죽이 되는 영화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지만 그 시절에는 상영되는 영화 자체가 워낙 수가 적었고, 또 프랑스 영화를 본다는 것은 일종의 사치로 여겨질 정도로 접하기가 어려웠다. 그 당시 프랑스문화원에서 검열되지 않은 프랑스 영화를 영어 자막으로 일주일에 두 편씩 상영했다. 그 영화를 보기 위해 일주일에 한두 번 관악산에서 삼청동까지 버스로 1시간 가는 그 시간은 그야말로 설레는 나들이였다. 암튼 그 무렵 프랑스문화원 지하 영화관에서 본 영화 중에 트뤼포 감독의 영화로 기억나는 것이 《400번의 구타》와 《화씨 451》이었다. 오늘은 그중에 《..
《키드》(The Kid) 《키드》(The Kid)는 1912년에 개봉한 채플린의 장편 무성 영화로 당시 크게 히트한 작품이다. 코미디 장르지만 희극과 비극이 섞여 있어 참신한 구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영화로 채플린은 큰 성과를 거두었고 공동 주연한 7살짜리 존 레슬리 쿠건도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되었다. 많은 미국인들이 영화 속의 사랑스러운 아이에게 찬사와 호감을 보냈다. 100년도 더 된 무성 영화가 현대인들에게도 변함없는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흥미롭다. 줄거리 부유한 화가에게 버림받은 여자가 자선 병원에서 갓난아이를 낳는다. 아이를 키울 능력이 없는 여자는 부잣집 문 앞에 서 있는 고급차 안에 아이를 두고 울면서 떠나간다. 그 직후에 자동차 도둑이 차를 훔치게 되고 생각지도..
장 뤽 고다르 감독을 이야기하려다 보니 50년 가까이 된 삼청동의 추억이 되살아난다. 지금은 어디 있는지 모르지만 그 당시 프랑스문화원은 삼청동 초입에 있었다. 내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이 1970~80년 사이였는데 삼청동 프랑스문화원에는 영화를 좋아하는 대학생들이 늘 삼삼오오 몰려들었다. 문화원 지하에 르느와르 영화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100석이 되려나, 아담한 작은 영화관이었지만 영화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눈을 반짝이던 젊은 영화광들이 이 극장을 가득 채웠다. 대학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는 타임(TIME)지도 검은 매직으로 칠해져 나오던 그 시절, 문화원 지하 영화관에는 권력의 바로 코밑에서 검열 없는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경이로움이 있었다. 삼청동은 이렇게 우리들에게는 해방구 같은 곳이었다..
프랑스 문화원의 소극장 작년에 장 뤽 고다르 감독이 세상을 떠났다. 그 소식으로 나는 새삼 오래된 추억을 꺼내게 되었다. 나는 40여 년 전 대학시절에 프랑스문화원에서 장 뤽 고다르의 영화를 처음 보게 되었다.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그 당시 같이 영화를 보러 다니던 우리 친구들에게 장 뤽 고다르 감독의 영화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장 감독을 우리는 '장미꼬다리'라는 애칭으로 불렀다.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그 당시 프랑스문화원은 한국 사람들에게 자국 영화를 소개하는 일환으로 일주일에 두 편 정도씩 계속 영화를 상영했다. 지금이야 넷플릭스다 뭐다 해서 영화 홍수 속에서 살고 있지만 그 당시 우리들에게 프랑스문화원 영화는 그야말로 문화적 갈등을 채워주는 오아시스였다. 그때 봤던 영화로 어슴프레 기억나는 것이 ..